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작성일 : 10-10-14 19:24
[작가와의 대화 3] "그대, 상처가 희망이다"
 글쓴이 : 나 거기에 (59.♡.38.206)
조회 : 1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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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때보다 발걸음이 빠른 가을날

복잡한 광화문 한복판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의 지하동굴^^ 에서는

간절한 삶의 물음을 품고 찾아온 가슴 따뜻한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내 삶의 목적지첫마음의 꽃씨를 피우는 시간. 

작가와의 대화 두번째그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전합니다.
 

 001.jpg  


사진을 보니 사진 한컷 한컷 마음을 담으신 것 같습니다
.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로지 사진만을 찍기 위해 현장에 간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이 분들이 절실하게 저의 카메라를 원하실 때,

그 삶의 진실을 알릴 수 있을 것만 같을 때 카메라를 듭니다. 

이번에 칠레 광부 매몰 사건을 접하면서 익숙해진 주제이겠지만,

이 것은 페루의 까미 광산촌을 담은 사진입니다. 

해발 5천여 미터 지대인데요, 지하 1천 미터까지 내려가서 광석을 캐와야 합니다. 

낮에는 태양이 불태우고 밤에는 추위가 얼리고 산소까지 희박한 곳입니다.

그래서 코카를 입에 물지 않으면 숨 쉬기가 어려워서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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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도 입구의 광석 추출 ⓒ 박노해


중남미의 광물자원 부국인 볼리비아는 서구 자본의 수탈과 백인 정권의 부패로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분들이 추출하고 있는 광석은 아이폰, 첨단 LCD 모니터와 우주 비행선에 쓰입니다.

벼랑 끝 갱도 입구에서 광부 가족이 이렇게 일일이 망치로 깨고 손으로 빻아야 합니다.  

하도 그 사연이 절절해서 사진으로 담아온 사람들입니다.

 

저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집단이나 미워하는 집단만 찍는 것 같습니다.

약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도 카메라이고,

강자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도 카메라입니다.

카메라를 든 이상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시인이 책상 앞에서 죽을 일은 없지만,

분쟁현장에서 카메라를 들 때는 여기서 한걸음을 더 갈건지말건지

늘 결단의 순간마다 목숨을 걸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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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침묵절필을 오래 하셨는데..

오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라는 시집을 내셨어요.

 10여년만에 시집을 내게 되셨나요


사람은, 말할 때가 있고 침묵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말은 침묵이 차오를 때 진정한 말이 되지요.

침묵의 크기만큼 시는 깊은 울림을 낳고, 침묵의 깊이만큼 시는 멀리 가는 거겠지요.

너무 쉬운 사랑고백은 믿음이 가지 않잖아요.

누구나 안아주는 프리허그요? 전 누구나 안아주는 가슴에 안기기 싫거든요.(웃음)

정말 그윽하게, 서로 침묵 속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몸짓 하나가 우리 가슴을 떨리게 하는 거죠.

그런데 민주화와 자유가 이뤄지면서 누구나 옳은 말을 할 수 있고

누구나 바른 말을 잘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떼처럼 말이라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말은 모든 것입니다말의 힘은 삶의 힘입니다.

 

긴 수배길과 지하밀실 고문장과 사형과 무기감옥… 
석방되서 나와보니 제가 너무 유명해져 있더라고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실패한 혁명가로서 책임을 지고 싶었죠.

그렇게 12년 동안 유명해진 이름이 잊혀지기를 바라면서,

새로운 혁명의 길을 찾아 긴 침묵과 정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왜 지금이냐, 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이제 말할 때가 된 거겠지요.

가장 훌륭한 계획자는 하늘이시죠. 저는 모든 것을 계획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랑안에 자기를 던져서 사랑 안에서 길을 잃고자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사랑이 저를 어딘가로 데려다 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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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입니다. 음악을 전공했는데요.

꿈을 따라 살고 싶은데 주변 눈치가 보이고 스스로가 비겁하게 느껴집니다.

용기있게 살고,다른 사람들에게도 격려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요,

힘이 될 좋은 말씀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여기 오셔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 자체가 위대한 용기입니다.

우리 시대 진지한 젊은이들의 고민과 상태를 집약해서 말하는 그대는 개인이 아닙니다.

이 불의한 시대가물신과 탐욕의 포퓰리즘 시스템이

우리 젊은이들 모두에게 난사한 같은 총알로 아파하고 있는 거죠.

그 아픔을 한 개인으로서 내 꿈을 찾고 해내겠다는 식으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사회적 영혼으로 생각하고 품어가야할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그런데 시간의 중력 법칙은 참 무섭습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사과만 떨어뜨리는게 아닙니다.

젊음도 첫마음도 꿈도 시간이 지나면 무너져 내리거든요.

그래서 처절하게 저항해야 합니다.

내 안으로 치고 들어오는 거대한 욕망의 삼투압에 말이죠.

 

자연에는 진공상태가 없듯이 사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골집에서 가꾸고 있는 밭을 사진전 준비때문에 몇 달 못 돌봤더니

어느새 풀이 가득 자라있었어요. 풀을 뽑아내고 뒤를 돌아보면 금세 또 풀이 자라요.

거의 풀이 쳐들어오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풀보다도 더 무섭게

우리 사회에서는 탐욕과 경쟁과 비교와 시선의 칼날들이 우리 내면을 치고 들어옵니다.

 

자신감이 생기려면 자신을 버리면 됩니다.

자신을 지키려는 자, 자신을 세우려는 자는 늘 남과 비교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습니다.

실패해야 이룰 것을 이룹니다. 실패해야 헛된 희망과 헛된 욕망을 버려갈 수 있습니다.

 

가슴에 새겨지는 상처를 가득 받으십시오. 가장 상처받는 지점이 가장 욕망하는 지점입니다.

상처를 정직하게 들여다 보고 좋은 벗들과 함께 나누고 공유하며 치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나눔문화에 한번 놀러오세요.(웃음) 20,30대 젊은 친구들이 주말에 텃밭에서 농사도 짓고

모임도 갖으면서 가슴 속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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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마을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보편적인 인권의 잣대를 내세워서 바꿔내는 것이 좋은지...
시인의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그곳에서는 그들처럼', '나 거기에 그들처럼'. 여기에 그 모든 답이 들어 있습니다.

관습과 전통에서 유래된 내부 문제는 그분들 스스로 해결해나갈 문제입니다.

검은 석유를 약탈하려고 침공하고 수탈하는 강대국의 식민지배 사슬만 함께 물리치면 됩니다.

폭격당한 이라크, 팔레스타인, 레바논 거리에서 가장 많이 붙어 있었던,

그러나 서구언론에서는 거의 보도하지 않았던 플랜카드의 슬로건이 뭔지 아세요?

"Don't kill us , Don't help us" 
"우리를 죽이지도 말고 돕지도 말라, 우리 삶을 우리가 결정하게 내버려 두라"

 

오른쪽으로 치우쳐있는 나무라고 해서 억지로 왼쪽으로 끌어당기면 균형이 맞춰지나요?

당장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그 나무의 뿌리는 죽어버립니다

옳은 변화도 중요하지만 삶과 사회를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것은 위험합니다.

경제와 시장은 동물성의 속도로 달려가지만 사회와 정신은 나무처럼 느리고 꾸준하게 자라납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그분들의 지성을 믿으면 됩니다. 


제가 분쟁현장이나 가난한 지역에서 창조적인 나눔실천을 하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절대 폭력적인 강제나 모 아니면 도 식의 다수결로 정하지 않습니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토론하고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께로족 마을에서도 지금 토론이 한창입니다.

마을에 태양열 전기를 도입하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과연 어디까지 할건지, 5백년 만에 마을에 세워진 학교 건물 공회당에만 전기를 넣을 건지

아니면 집집마다 할 건지, 전기가 들어가면 텔레비전이 생기게 될 텐데

좋은 점은 뭐고 해악은 뭔지 주민들이 토론을 하고 있는 겁니다.

현지에 나직이 스며들어가 그곳의 사람들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내 마음이 진정 어린 사랑으로 이끈 것이라면 어떤 것이 가장 좋은지는 그 답이 절로 자명하게 나옵니다.

우리가 좀 더 많이 배우고 문명화되었다고 현지에 강제로 무엇을 심으려는 태도는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 살려지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삶은 선대의 수많은 이름없는 의인들과 소리없이 한점 꽃잎처럼 사라져간 분들의

숨결과 정신의 빚을 지고 먹고 사는 것 아닌가요?

우리나라는 물질적으로도 70-80퍼센트가 수출로 먹고살기 때문에

세계 온 대륙의 노동과 눈물과 한숨으로 살려지고 있는 겁니다.

절집에 가면 '조고각하'라는 말이 붙어있습니다.

본래는 들어올때 신발 정리를 잘 하라는 말이지만

지구시대에 우리가 누구를 딛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 발밑을 돌아보라'는 화두로 다함께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박노해 사진전 <나 거기에 그들처럼>展   www.likethem.kr


  전시기간 | 2010년 10월 7일(목) - 10월 25일(월)
  전시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관람시간 | 오전 11:00 - 오후 8:30 (금,토,일은 9시까지)
  관 람 료 | 3,000원 (6세 이하 65세 이상 무료)
  작가의 뜻에 따라 사진전의 수익금은 글로벌 평화나눔과 생명을 살리는 일에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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