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작성일 : 10-10-12 19:37
[작가와의 대화 1]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시대, 그에게 길을 묻다
 글쓴이 : 나 거기에 (211.♡.149.164)
조회 : 13,294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12년의 기록이자 

지구마을 민초들의 강인한 삶에 바치는 '빛으로 쓴 경애의 시'

박노해 사진전 <나 거기에 그들처럼>展.


10월 12일, 첫번째 작가와의 대화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진에 대한 질문을 넘어, 가슴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삶의 고민들과 생의 물음들이 터져나왔습니다.

예정된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기며, 눈물과 웃음이 교차했던 불꽃의 시간.

그 뜨거웠던 현장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IMG_1362.jpg

 

가을에 많이 바쁘시죠?

가을 산의 도토리가 한알 익어 떨어지는데도 온 우주가 힘을 써야 한다고 합니다.

이 사진전이 이뤄지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는데요, 고맙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으며,

우리의 존재가 변화되는 '불꽃의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곳은 G120 회의가 열리는 곳입니다.

11월에 세계 경제 강대국들에서 온 수반들의 G20회의가 열린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전세계 민초들을 담은 120여점의 사진들이 있으니 G120 회의가 열리고 있는 거죠.(웃음)   

여러분은 그 분들로부터 이 자리에 초청받으신겁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 현장에 들어가셨죠.

전쟁터는 목숨을 걸고 가야하는 곳일텐데요,

그 험한 곳으로 어떻게 들어가실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전쟁을 멈추게 할 아무 힘이 없잖아요. 
그저 폐허더미에서 공포에 떠는 아이들과 
함께 울어주고, 어깨를 안아주고, 
총성이 멈추면 바람 빠진 공을 차며 부모를 잃은 
아이들과 놀아주기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었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 마음이 너무 괴로우니까요

무력한 시인의 무력한 사랑이었습니다.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주어진 삶을 남김없이 불사르지 못하고 나중을 생각하며 살다보면

생의 마지막 순간에 결국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라크 전쟁터에서는 제가 작고 못나뵈니까 그런지 (웃음)

제가 위험한 곳에 가면 항상 그곳 사람들이

경호대를 자진해서 저를 보호해주었습니다.  

주변 지역을 잘 아는 아이들이 제 곁을 따라다니면서 

지뢰가 있으면 긴 막대로 먼저 치워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미국이 전쟁을 벌이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등 중동 국가들에

한국이 전투병을 파병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코리안인 저는 세계에서 정말 환영을 받았습니다.

코리아가 분단되고 수많은 침략과 수탈을 당하면서도

베트남 한 군데를 빼놓고는 다른 민족을 수탈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파병을 하고난 이후부터는 코리아에  

세계인들의 민심이 무섭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IMG_1403.jpg

 

사진 속 인물들과 굉장히 깊은 교감을 하면서 사진을 찍으신 것 같은데요,

저는 주변 친구들을 찍을 때 충분히 교감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시인님은 타인에게 진정성을 어떻게 발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진 작가든, 시인이든, 뭘 하는 사람이든 간에

자기가 들어서는 순간 진정성은 사라져버리는 것 같습니다.

'아, 이거 그림이다. 작품이 나오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저는 카메라를 내려버립니다.

 

저는 다만 이 분들과 먼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이 분들의 삶과 진실을 육친적으로 느끼고자 했을 뿐입니다.

 

중남미의 광부들의 사진을 보시죠.

열 걸음만 걸어도 숨이 가빠 코카잎을 먹어야 하는

해발 1500미터에서 망치질을 해서 일일이 광석을 쪼개고 있습니다.

저렇게 만들어진 광석이 아이폰과 첨단 기계와 우주선의 재료가 됩니다. 

우리가 평면 텔레비전을 한 대 사면 

이분들의 수고가 담긴 노동이 들어간 것을 사는 것이구나,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일을 도와 드리고 가족처럼 지냅니다. 

 

그러다 보면 제 자신은 없어지는 겁니다.

제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사심없이 함께 있다보면

그 분들도 저를 의식하지 않게 되면서 동화가 되는거죠.

 

저는 다만 '빛의 통로'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저분들을 찍은게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 저분들이 제 가슴에 진실을 쏜 것입니다.

 

 

 IMG_16299.jpg

 

시인님을 움직이는 동인은 무엇인가요?

 

저는 실패한 혁명가입니다.

70-80년대 때 군부독재 시절은 여러분들이 다니는 학교 교문 앞에는 탱크가 진주하고

여학생들의 가방을 뒤져 생리대까지 꺼내 흔들던 시대였습니다.  

대통령도 우리 손으로 못 뽑고, 노동 3권도 없고, 집회시위의 자유도 언론 자유도 없었죠.

이런 상황에서 저는 인간해방의 지름길은 사회주의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현실 사회주의는 붕괴하고 말았죠.  

슬프게도, 저는 길을 잃어버렸고 정직하게 절망해야 했습니다. 

12여 년 동안 사회적으로 묵언하며 유명해진 이름마저 잊혀지기를 바랐습니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긴 침묵과 정진의 시간이었습니다.

 

제 마음 속의 깊은 슬픔과 치명적인 사랑의 상처는 본능적으로

더 큰 슬픔과 상처 난 사람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했고

그동안 국경 너머 전쟁터와 기아분쟁 현장을 다녔습니다.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이듯이 그곳이 저에게는 세계의 중심이었습니다.

 

인생에서 정말 고생해온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저도 이 작은 몸으로 고생하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공돌이로 차별받으며 엄청 두들겨 맞기도 했고,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하던 긴 수배생활에 무기징역살이,  

석방되서는 한쪽에서는 빨갱이, 한쪽에서는 변절자라고 손가락질 받았습니다.

평화활동을 하면서도 그렇게 많이 얻어 맞고요. 

 

하지만 몸이 힘든 것은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고통스러운 건 자기 영혼을 배반할 때입니다.

사람은 마음이 편해야죠.

저에게 매달리며 '다시 오실거죠' 했던 아이들이 자꾸 생각나서

맛있는 한 끼를 먹어도 따뜻한 잠자리에 누워도 마음이 불편합니다.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기 위해 
이웃의 가난과 고통을 외면하는 자의 마음은
늘 폭풍우를 간직하게 됩니다.   

고통 받고 가난한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걸어가는 자에게는 
늘 평온함이 함께 합니다.
  

 

 

 흑백사진을 찍게 되셨나요?

대륙마다 다섯 점의 컬러사진이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든 사물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색깔은 현실을 잘 재현하고 있지만, 또 너무나 쉽게 조작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진실 속으로, 영혼 속으로, 삶 속으로 들어가는데 방해가 됩니다.

흑백사진은 사물 속의 영혼만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그 영혼과 대화를 하며 색깔을 넘어선 것을 찍고 싶었습니다.  

 

컬러 사진 5점을 전시하게 된 것은 시인의 친절한 배려입니다.(웃음)

각 대륙의 색감을 보여드리면, 그 땅에 대한 상상력에 도움이 되실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사실은 그 찰나에 필름이 떨어져서

디지털 카메라로 어쩔 수 없이 찍었던 사진들이기도 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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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th 10-10-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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