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을녘에 종려나무를 심는 사람 Man planting a palm tree at sunset, Sudan, 2008.
누비아 사막에 석양이 물들면 하루 일을 마치고 종려나무를 심는다.
뜨거운 모래바람이 치면 말라 죽고 다시 심으면 또 말라 죽어가도
수단 사람들은 날마다 모래둑을 북돋고 나일 강물을 길어다
종려나무를 심어간다. 사막의 수행자처럼.
![]() 에티오피아의 아침을 여는 ‘분나 세레모니' The Ethiopian morning starts with a ‘Bunna Ceremony’, Ethiopia, 2008.
에티오피아의 모든 아침은 집집마다 향기 그윽한 ‘분나 세레모니’(커피의례)로 시작된다.
무쇠판에 커피콩을 볶고 나무절구에 빻아서 천천히 끓여내는 것은 젊은 어머니가 주재한다.
할머니는 볶은 보리를 나눠주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첫 번째 잔은 우애의 잔. 두 번째 잔은 평화의 잔.
세 번째 잔은 축복의 잔. 가족들은 세 잔의 분나를 마시고 포옹을 나누며 해 뜨는 대지의 일터로 떠난다.
![]() 내 아름다운 것들은 다 제자리에 있다 Every beautiful thing has its own place, Ethiopia, 2009.
오늘은 새해 아침. 물을 길으러 높은 산맥 길을 걷는 어머니와
그 뒤를 따르는 아들의 발걸음이 산정을 울린다.
자신이 살아가는 땅을 조금도 망치지 않고 가난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 저 강인한 삶의 행진에 여명이 밝아온다.
![]() 뜨거운 하붑이 지나가면 After a hot haboob passes, Sudan, 2008.
거대한 모래폭풍인 하붑이 지나가면 농부들은 논밭에 쌓인 모래를 거둬내고
말린 낙타똥을 빻은 거름을 뿌린 뒤 나일 강물을 끌어와 토지를 적신다.
흰 잘라비를 입은 농부들은 원망도 불평도 없이 올해는 올해의 씨앗을 뿌려간다.
주어진 한계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분투하는 것이 자신의 할 일이라는 듯이.
![]() 내일은 둥글다 Tomorrow is round, Sudan, 2008.
아침 해가 떠오르면 엄마는 일터로 나가고 아빠 없는 다섯 형제는 축구를 하며 논다.
흙먼지 날리는 빈민가의 작은 공터지만 아이들은 공 하나만 있으면
배고픔도 슬픔도 스스로 이겨낸다. 공은 둥글고 내일은 둥글기에.
![]() 걷는 독서 Reading whilst walking, Syria, 2008.
근대의 묵독 이전의 낭송 전통으로 걷는 독서.
눈 덮인 자그로스 산맥을 달려온 바람은 맑다.
그는 지금 자신의 두 발로 대지에 입 맞추며 오래된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선조들의 복장과 걸음과 음정 그대로.
![]() 지상에서 가장 슬픈 비밀공연 A secret performance, the saddest on Earth, Syria, 2008.
한밤중, 번득이는 비밀경찰의 눈을 피해 흐린 불빛 속에 벌어진 쿠르드 아이들의 전통공연.
단 한 명의 관객인 나를 앞에 두고 감춰둔 전통복장을 꺼내 입고
금지된 모국어로 노래하고 춤추는 시리아 사막의 무릎 꺾인 어린 낙타들.
![]() 폭격더미에서 살아나온 사나 샬흡(13세) Sana Salhub (13), emerged alive from the bombing debris, Lebanon, 2006.
레바논 남부 까나 마을 집단학살 현장.
건물 지하실로 대피한 마을 사람들 중 65명이 사망했고 그 중 35명이 아이들이었다.
‘A Plane VS A Child’(전폭기 대 아이들). 까나 마을 어린이 대학살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이스라엘과 미국은 인류의 눈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폭격더미에서 살아나온 사나 샬흡은
하루아침에 부모와 언니와 오빠와 집을 잃고 혼자서 어린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소녀 가장이 되었다.
![]() 광야의 고향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여인 A Palestinian woman driven out of her homeland in the wilderness, Palestine, 2005.
광야의 자기 집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여인이 울며 걷는다.
수천 년 살아온 평화로운 마을에 총성이 울리고 이스라엘 탱크와 방탄차들이 휩쓸고 간 뒤에는
어김 없이 분리장벽이 세워지고 유대인 정착촌이 들어선다. 팔레스타인 영토와 귀중한 수자원을
영구 독점하려는 시도이다. 이 신성한 ‘태양의 광야’(라Ra 광야)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고향 땅에서 강제로 쫓겨나 유민流民으로 떠돌고 있다.
![]() 티그리스 강의 아이들 The children of River Tigris, Iraq, 2003.
바그다드 한가운데를 흐르는 티그리스 강. 이라크를 점령한 미군의 헬기 소리는
울려오는데 티그리스 강의 아이들은 재생再生의 몸부림인 듯
버려진 사담 후세인의 전함 위에서 강물로 뛰어든다.
![]() 구름의 계단밭 Terrace farms in the clouds, China, 2007.
‘구름의 남쪽’이라 불리는 윈난雲南. 거대한 암석 지반에 세워진 석두성 마을에는
층층으로 쌓아 올린 계단밭이 유장하게 펼쳐진다.
대대로 이어온 끈질긴 인간의 노동은 험난한 고원 비탈에 장엄한 삶의 터무늬地紋를 새겨 놓았다.
![]() 절망의 바닥을 친다 Hitting the bottom of despair, Indonesia, 2005.
쓰나미가 휩쓸기 훨씬 이전부터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 강제 점령되어 30여 년 동안 정치적 탄압으로 고통 받아왔다.
그늘 한 점 없는 무너진 집터에서 청년은 홀로 망치질을 계속한다.
절망의 무게로 절망의 바닥을 친다는 듯이.
![]() 나루터의 여인 Ferry Ladies, Vietnam, 2006.
메콩 강은 베트남어로 ‘어머니 강’을 뜻한다.
히말라야에서 발원해 버마, 라오스, 타이,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힘차게 흘러간다.
울창한 나무터널의 메콩 강 지류는 미국의 침공에 맞서 베트공들이 게릴라전을 펼쳤던 곳이기도 하다.
전쟁의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베트남의 미소는 아오자이를 입은 여인들의 강인함에서 피어난다.
![]() 인도의 할머니와 소녀 An Indian girl and her grandmother, India, 2006..
난생 처음 수도 뉴델리로 여행을 온 할머니.
수확을 마치고 마을 사람들과 버스를 세내서 고향으로부터 출발한지 열흘 걸려 도착했다.
“인도에서 가난한 여자로 산다는 건 카스트 위에 또 하나의 카스트를 이고 사는 거야.
하지만 내 손녀에게만은 내가 물려 받았던 이 굴레들을 결코 물려주고 싶지 않아.”
![]() 초원에서 빈민가로 내몰린 가족 A family chased from the grasslands to the slums, Mongolia, 2005.
값비싼 캐시미어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몽골 정부가 풀뿌리까지 캐먹는
염소 방목을 장려하자 몽골 초원이 황폐화되고 사막이 늘어간다. 대대로 초지면적당
동물의 제한 숫자와 다양한 종을 지켜오던 유목민의 전통윤리는 경제논리에 무너져 간다.
양떼를 잃고 수도 울란바토르의 빈민가로 내몰린 사람들.
아버지에게는 돌아 나갈 초원이 없는데 아이에게는 딛고 나갈 무엇이 남았는가.
![]() 안데스 고원의 들녘 The fields of the Andean highlands, Peru, 2010.
안데스 고원에 건기가 시작되면 수확을 하는 원주민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연노랑빛 귀리와 진노랑빛 보리 연초록빛 알팔파와 진초록빛 따루이 적갈색빛 끼누아로
눈부시게 빛나는 들녘은 대지를 화폭 삼아 노동으로 그려낸 거장의 작품만 같다.
![]()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Gracias a la vida, Peru, 2010.
오늘은 두레 노동을 하는 날. 안데스 고원의 감자 농사는 숨가쁘지만
옥수수 막걸리 치차를 돌려 마시며 잠시 만년설 바람에 땀방울을 씻는다.
힘들 때 서로 기대는 인정이 살아 있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관계가 살아 있기에 거친 일터에서도
젊은 남녀의 노래 소리와 풋풋한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기쁨이 없고 노래가 없는 노동은 삶이 아니지요.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내 삶에 감사합니다.”
![]() 서른 다섯 여자 광부의 죽음 Death of a 35-year-old female miner, Bolivia, 2010.
그녀의 나이는 서른 다섯. 어린 자식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간다.
머리를 조이던 헬멧도 벗어 놓고 손목을 울리던 망치도 내려 놓고.
소녀 적부터 광부이던 그녀는 일생 동안 수많은 금과 은을 캐왔지만,
그녀의 몸엔 금반지 하나 은팔찌 하나 없다. 가족과 동료 광부들은 주검을 식탁 위에 뉘여 놓고
마지막 가는 길에 꽃 한 송이도 올리지 못한 가난의 슬픔을 이겨내느라 코카 잎을 나눠 씹으며 소리 없이 흐느낀다.
![]() 안데스의 어머니 Mother of the Andes, Bolivia, 2010.
세계에서 가장 높은 티티카카 호수 곁의 마을에서 감자밭을 일구며 살아온
94세 어머니는 아들딸을 존경 받는 혁명가로 교사로 의사로 키워냈어도
오늘도 이 땅을 지키며 감자를 거두신다. “우리가 자유를 얻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어.
우리의 바람은 감자를 심고 거둘 땅을 찾는 거였어.
그들은 총알을 늘려 탐욕을 늘려가지만 나는 한 알의 감자를 심어 늘려갈 뿐이야.
이것이면 충분하고, 이것으로 넉넉하지.”
![]() 게바라의 길 Guevara’s road , Bolivia, 2010.
체 게바라가 총살당한 라 이게라로 가는 길. 체 게바라의 길에서는 피기침 소리가 난다.
권력과 영예로 가는 환한 오르막 길과 정의와 사랑으로 가는 어두운 내리막 길.
나는 결정의 순간마다 체 게바라의 갈림길에 선다.
![]() 께로족의 지도자 Leader of the Q’ero tribe, Peru, 2010.
5백여 년 전 스페인과 잉카의 최후 전투에서 패한 뒤 께로족은
안데스의 가장 높은 지대로 숨어 들어왔다. 하도 멀고 험준한 지형이기에
정복자들조차 이들을 찾지 못했다. 페루 사람들은 잉카 제사장 집단의 후예인 께로족에 대해
만년설산을 바라보듯 여전히 경외의 마음을 품고 있다.
일곱 개 마을로 흩어져 살고 있는 께로스인들의 족장 포르투나토(42세)는
주민들의 직접 선출로 뽑힌 께로족의 프레지덴타, 최고 지도자이다.
![]() 께나를 불며 만년설산을 넘어가는 귀갓길 Cochamuco, Cusco, the Central Andes, Peru, 2010.
안데스 고원의 께나 소리는 한 맺힌 대지의 가슴에서 울려오는 것만 같다.
께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그 뼈를 다듬어 연주했다는 잉카 전통의 악기이다.
안데스 산맥을 넘어가는 구슬픈 께나 소리가 희미하게 끊어질 듯 이어지고, 오래된
이 삶의 풍경은 오늘도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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