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전- 나 거기에 그들처럼

기획의 글 | 이기명 갤러리 M 관장, 한국매그넘에이전트 대표
詩가 흐르는 사진이 있다.
박노해의 사진은 한 장 한 장 심장의 떨림으로 촬영한,
지구마을 민초의 강인한 삶에 바치는 ‘빛으로 쓴 경애의 시’이다.

그의 사진은 지상의 가장 작고 힘없는 사람들을 담고 있지만,
놀랍게도 그 작은 사람들은 크나큰 존재로 확장된다.
그는 촬영 대상을 분석하고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교감하고 혈육처럼 스며들어 간다.
그로부터 박노해의 사진의 중요한 요소인 서정성이 발현되며,
존재 깊이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그 어떤 심정의 파문이 일렁인다.

박노해는 한국 역사의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대에 온몸으로 폭력과
지하밀실 고문장과 사형수와 감옥 독방을 뚫고 나왔다.
박노해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국경 너머 가난과 분쟁의 현장으로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났다.
“아니, 사랑이 없다면, 나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는
영혼의 부르짖음으로, 지난 12년 동안 인류의 가장 아픈 지점인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땅을 두 발로 걸어왔다.

박노해의 사진에서, 그 현장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죽음의 현장일지라도
사실을 기록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의연히 다가서는 박노해를 발견한다.
박노해의 사진 세계는 주제의 깊이와 통일,
나아가 사진 작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고 있다.

오늘 위기에 처한 우리 삶과 문명에 대한 성찰과 함께
‘최후의 영토’에 살아 숨쉬고 있는 ‘최초의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치열한 여정의 기록이 그의 사진이다.
한 주제를 10여 년 동안 천착해온 그는 스스로 ‘작업의 역사’를 획득했다.
작가의 사상과 이념의 힘, 명징한 시대정신, 수많은 체험과 삶의 뿌리만큼
마침내 그의 사진에서 시가 울려온다.

그의 흑백 사진 속에서 붉고 푸른 생명들이 피어 오르고,
그 땅에 목숨 얹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두런거리는 음성과
아우성치는 함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세계는 다르다고, 삶은 다르다고, 행복은 다르다고,
사람은 저마다 다 다른 길이 있어 존엄한 존재라고.
아름다운 것들은 다 제자리에 있다고.
박노해가 고단한 ‘발바닥 사랑’으로 비틀거리며 걸어온 슬픔의 길을,
지금 우리는 마음의 눈으로 걷는다.
언제나, 언제까지나, 나 거기에 그들처럼!


이기명 <기획의 글>에서

* 전문은 박노해 사진집 ≪나 거기에 그들처럼≫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기명 한국매그넘에이전트 대표

주요 전시 기획
매그넘 코리아展 (2008,예술의 전당)
로버트 카파展 (2007,예술의 전당)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展 (2005,예술의 전당)
매그넘 창립 50주년 세계순회사진전 (2001,예술의 전당)
 
한국 사진아카이브업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주)유로크레온의 대표로,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세계 최고의 사진에이전시인 매그넘(Magnum Photos)의 한국 에이전트 대표를 맡고 있다. 역대사진전 최다 관람객인 20만 기록을 세운 매그넘코리아展(예술의전당)과 찰나의 거장-앙리 카르티에 브레송展(예술의전당), 포토저널리즘의 신화-로버트 카파展(예술의전당), 새로운 신화-마틴 파展 (예술의 전당), 세계 사진 거장들의 예술-매그넘 풍경展 (선갤러리), 부산아시안게임 공식문화축전 사진전 “Asia into Busan"(부산컨벤션센터) 등 10차례의 대규모 전시회를 기획한 바 있다. 사진집 판매부수 2만부를 기록한 월드컵 사진집 “Again 2002"(인터넷 대표 서점 ‘YES 24.COM 2002년의 책 24’ 선정)와 대구지하철참사 1주기 사진집 “대구 218”을 기획 및 사진 편집했으며 포토저널리즘의 바이블로 불리는 “포토저널리즘-프로 사진가의 접근”(청어람미디어 간)을 공역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작품수집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사진기자협회 사진기자상 심사위원과 대한항공 여행사진 심사위원이며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