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작성일 : 10-10-18 00:49
[차니님 전시후기] 나 거기에 그들처럼 - 박노해
 글쓴이 : 나 거기에 (211.♡.149.164)
조회 : 1,973  

*편집자주
 이 글은 <나 거기 그들처럼>을 관람하신
 차니님이 블로그에 올려주셨습니다.



페루에서는 페루인처럼

 

인도에서는 인도인처럼

 

에티오피아에서는 에티오피아인처럼

 

이라크에서는 이라크인처럼

 

그곳에서는 그들처럼

 

 

 

가난의 땅에서는 굶주린 아이처럼

 

분쟁의 땅에서는 죽어가는 소녀처럼

 

재난의 땅에서는 떠다니는 난민처럼

 

억압의 땅에서는 총을 든 청년처럼

 

그곳에서는 그들처럼

 

 

나 거기에 그들처럼

 

 

 

- 나 거기에 그들처럼

박노해

 

 

 

전시장으로 들어서니 가장먼저 반갑게 맞아주는 이가 있다.

형식이 아님을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포근했다.

 

 

 

처음 전시를 했던 '라 광야' 중동지역을 포함해

이번이 두번째인 '나 거기에 그들처럼'은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중동을 포함한

박노해님의 12년간의 작업을 볼 수 있었다.

 

서구유럽의 자원약탈에 수세기를 신음했던 아프리카. 중동

스페인, 포루투갈의 식민지로 500여년을 숨죽여 살아야했던 남아메리카

한족의 차별주의를 살아왔고 살아가야 하는 중국의 소수민족

 

21세기 여전히 자원약탈은 국경없는 자본에 의해 현재형으로 그들의 삶을 핍박한다.

 

 

 

몇장의 칼라프린트와 대부분의 흑백프린트...

꽤 많은 사진들이 역광의 광원이

황량하고 척박한 땅을 일구고 휴식하고 삶을 살아가는 피사체를

따듯하게 감싸 안아 경건함을 느끼도록 도와준다.

노동의 신성

아마도 박노해님이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이

그러했던게 아닐까.

 

 

 

젊은날 고된 노동을 하며 생을 살았던 노동자에서

부조리한 노동현실에 분노했던 노동운동가로 

현실의 부조리에 저항했던 시인이자 혁명가로

지하감옥의 고문실을

군사정권의 사형선고를 온몸으로 받아냈던

한국 현대사가 만들어낸 특이한 이력의 이분 박노해.

 

7년간의 감옥생활에서 자유를 찾게된 후

홀연히 지구촌 아파하는 곳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아파했다는 사람.

잘못 전달되는 그들의 진실

현장속에서만 존재한다고 굳게 믿는 그 진실을

그 친구들을 대신해 알려주고 싶다는 소망에서

시인은 언어의 장벽이 있는 글대신

생소한 필름카메라를 들었다고 한다.

 

러시아의 대문호들의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서 보여지는

고귀한 인간의 유형.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먹을 것을 나누고, 사랑을 잃지 않는 것.

 

그 척박한 땅, 고된 삶속에서

그 고귀한 성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그들만의 문화를 간직하고 살아간다.

 

마음대로 재단한 평가의 기준으로

우열을 가르는 저급한 눈이 아니라

마음의 눈.

연민이 아닌 사랑의 눈으로

베픔이 아닌 나눔의 시선을 갖아야 한다고

빛으로 써내려간 사진은 말하고 있다.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이다.

아픈 사람이 가족의 중심이다.

아파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 지구의 중심이다.'

 

낮은 자들의 편이 될 수 밖에 없는 작가는

비용대비 효율이라는 경제논리와는 전혀 맞질 않는다.

 

 

비용, 생산성, 효율... 경쟁...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는데 어느날 문득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무엇을 잃어버린걸까 !

 

 

 

 

 

이세상 어느곳에도 어머니가 계신다.

총을 거두고, 서로를 감싸안아야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슬픔의 눈물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그날까지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그분의 이력때문에...

처음에 난 아주 강한 눈빛을 떠올렸었다.

직접 마주하게 되었을때

온화한 눈빛과 잘 정돈된듯한 품위에 압도되어

제대로 말도 못했었다. ^^

 

큰 사람을 만나는 건 100권의 책을 읽는 것 보다 더 많은 얻음을 준다고 하더니

 

전시장을 찾아준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고

이런 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눠주시는 인품으로도

내게 부족해서 앞으로 채워야할 게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실지 기대된다.

 

가라앉지 않은 떨림을 갖고 전시장을 나와 잠시 숨을 고르고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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