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이 사진가로 돌아왔다. 지난 1984년 '노동의 새벽'이란 시집으로 민중의 힘을 노래했던 그가 '라 광야'란 제목으로 충무로 갤러리M에서 오는 28일까지 열고 있는 것. 10년 전부터 중동지역의 가파른 삶을 진솔하게 카메라에 담은 그를 전시장에서 만났다. <편집자 주> .

생각하지 않고 실천에 옮긴 양심

"중동지역은 매우 위험한 곳입니다. 매일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봉사하고 분들을 생각하면 위험하다는 말조차 할 수 없습니다.  총성과 폭음이 들리는 곳이지만 그곳에서도 희망은 자라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면서 그곳의 참상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저는 그 일을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나약하고 무력한 시인이지만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 제가 할수 있는 전부의 일이었으니까요"

전시장에서 만난 그의 첫마디다. 생각만 하지않고  실천에 옮겼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에겐 가진 게 없었다. 빚을 내서 비행기를 탔다. 그의 가방엔 낡은 카메라와 펜이 전부였다. 물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단지 사지에 있는 그들과 함께 식사하고 놀아주고 뒹굴고 호흡하고 싶었다.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언어의 장벽이 있었다. 시인이었지만 중동언어로 수만 편의 시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카메라였다. 강한 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그들에겐 희망인 카메라를 들고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모여진 사진만 4만여 컷. 사진엔 그가 설명해놓은 글들이 꼼꼼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그러나 사진 속에 담겨있는 사람들이 언제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할 땐 마음이 미어진다고 말한다. 매일 이어지는 총성, 굉음, 폭탄의 파편으로 가세가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계속 셔터를 눌렀다. 당장 내일 죽는 한이 있더라도 참상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2010년, 세상 사람들에게 고백하는 박노해 시인의 신념이자 생각이다.

▲ 박노해 시인은 현재 나눔문화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구촌 사람들의 나눔과 문화를 통해 경외와 인류애를 전한다는 취지다.

사진 촬영하며 그들과 동거동락

그의 사진촬영 배경은 중동지역이다. 한국 노동사에 한 획을 긋고 시인활동을 하던 그가 왜 중동으로 떠났을까. 그것도 원고지와 펜이 아닌 카메라를 들고서. 그는 지난 1999년 유럽에 갈 일이 있었다. 당시 건축가 승효상씨가 안내했다. 그런데 마침 그곳에서 쿠르드인들의 대규모 시위와 분신자살을 목격하게 됐다. 장면을 목도한 그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때부터 그는 시각을 세계로 돌렸다. 평화운동가로 나선 것이다. 전세계 빈곤지역과 분쟁현장을 뛰며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한계에 부딪쳤다. 좀더 선명하게 알리고 싶었다. 그때 잡은 것이 바로 카메라였다.

"절실한 필요는 창조를 낳는 걸까요. 죽어가는 아이를 안고 20리 밤길을 단숨에 달려가는 어머니처럼 저는 현장에서 진실어린 장면을 담고 싶었습니다"

이후 그는 10년동안 꾸준하게 사진가 활동을 했다. 물론 시 창작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사진을 찍으며 사진 설명을 모았다. 그리고 빼곡이 쓴 시만 4천여편이 넘었다. 그가 중요하게 다룬 곳은 중동의 분쟁 영토인 쿠르드와 이라크 팔레스타인 지역이다. 그곳에 오래 살다보니 그에게도 버리지 못할 습관 몇개가 생겼다. 턱수염을 기르는 일과 인사할 때 안아주는 것이다. 이날 전시장에서도 그는 청소년들과 일반인들에게 일일이 안아주며 인사를 했다. '샤이' 차를 대접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올 가을, ‘인류 평화기원’ 담은 시집 출간

"저는 청소년들에게 늘 말합니다. 어떤 안건에 대해 늘 ‘예’라고 말하지 말고 ‘아니오’라고 말할 자신감을 가지라구요. 좋은 학벌, 좋은 직업, 좋은 배필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신념과 의지 그리고 인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신념과 의지를 갖춘 청소년들이 앞으로 미래의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나갈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턱수염이 나서인 지 그는 중동사람 같다. 갤러리에서는 그의 전시를 찾은 학생들에게 중동식으로 인사를 하기도 했다. 덥수룩한 수염을 볼에 대는 것이 중동식 인사인데 관람객 중 몇 명에게 살갑게 대한 것. 전시장은 그의 친밀한 행동으로 화기애애하다. 그가 중동지역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박애주의를 전했던 것처럼 몸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감옥에서 보낸 세월만 무려 7년. 사람들은 그가 강성어린 목소리로 투쟁하고 격한 어투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곱상한 외모에 조용하고 나긋한 말투. 편한 인상이다. 오랫동안 시인활동을 했지만 시인이라고 말하지 않는 박노해. 사진을 10년째 찍고 있지만 그저 카메라가 내손에 있었기에 생생한 증언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그.  겸손이 배어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M 이기명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을 평한다.

▲ 박 시인의 작품엔 중동지역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그대로 묻어 있다.

"먼저 시어와 같은 박노해 작가의 사진을 갤러리M ( www.gallery-m.kr) 에서 열게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박노해의 사진 세계는 주제의 깊이와 통일, 나아가 사진작업의 지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한 주제를 갖고 10년 동안 천착해왔기에 사진작업의 일관성과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극적인 장면을 찍고 떠나는 사진가가 아니라 그 곳 주민들과 함께하며 지속적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은 작업의 지속성을 통해 스스로 작업의 역사를 획득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기록도 아닙니다. 오늘날 중동이 겪는 비인도성과 폭력성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조명하고 나눔과 평화에 관한 시대적 메시지를 볼때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형식에 있어서도 감흥을 줍니다. 본 작품이 간편한 디지털 만능의 시대임에도, 영구보존을 위한 전통적 방식으로 인화된 작품이라서 사진의 깊이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박노해 시인은 그동안 틈틈이 썼던 시 4천여편 중 옥고를 다듬어 올 가을 시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번 '라 광야' 사진전은 28일까지 전시되며 수익금은 중동지역 평화기금으로 쓰여진다.

다음은 박노해시인과의 일문일답 내용

청소년들과의 대화에서 그는 목적의식과 신념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사진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요즘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라 박노해 시인이 노후 대책으로 동네 사진관 차리려고 하는게 아니냐구요. (웃음) 맞습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국경 너머 지구마을에 동네 사진관을 차리게 됐습니다. 분쟁 지역을 가보면 그곳 여인들은 남자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저를 보면 챠도르 복장의 여인들이 손을 끌며 우리의 진실을 알려달라고 말합니다. 총탄투성이 자기 집과 핏자국 난 안방과 가난한 부엌 살림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내게 당신을 거짓말 할 것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는 힘없는 시인입니다. 기자증, 외교관증도 없고 거대한 NGO 소속도 아닙니다. 무력한 시인의 무력한 사랑만 있을 뿐입니다. 저는 그저 그들과 함께 울어주고 안아주고 폭음이 그치면 아이들과 함께 공을 차며 놀아주는 일 밖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국경을 넘는 순간 저의 시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진기를 들고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시인이 펜을 들고 시를 쓰다 책상 앞에서 죽을 일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카메라를 든 이상 저는 죽음을 각오해야 합니다.

집속탄과 불발탄이 즐비하게 깔려 있는 폐허가 된 마을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간절한 기도를 합니다. 그러다가 웃자, 웃으며 헤쳐 나가보자 하고 들어가면 멀리 폐허더미에서 주민들이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카메라를 든 순간 죽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도, 강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카메라였기에 저는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노와 슬픔 외에 다른 소재를 생각하신 일은 없는지요.

기쁨과 즐거움이 보이지 않는다하셨는데, 분위기에 압도당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웃음) 소금을 뿌리며 빵 굽는 장면은 새벽녘 가족을 위해 일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찍은 겁니다.

슬픔과 분노가 가슴에 있지만, 기쁨과 긍지가 있습니다. 105세 드신 알 자지라의 움미(어머니)에게도 삶의 긍지가 느껴집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중동의 골목길에서는 폭음이 울리고 아이들과 여자들의 울음 소리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라크에서는 하루 1백 명 이상 죽어가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아이들이 내복과 빵도 없이 추위를 가릴 담벼락 하나없이 떨다가 죽어갑니다.

그러나, 저는 현장에서 울지 않습니다. 처참한 현장에서 제가 눈물을 흘리면 애써 참았던 그 분들의 가슴에서는 통곡이 터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일부러 웃고 장난치고 농담을 많이 합니다. 눈물을 참을 수 없을 땐 카메라로 제 얼굴을 감춥니다. 그리고 홀로 시를 쓰며 소리없이 통곡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분들 참 많이 웃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행복하게 삽니다. 가난과 분쟁 속에서도 낙관적이고, 외부인에게 우정과 환대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유는 슬픔과 고통을 공유하기에, 13억 중동 이슬람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끌어안는 신성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기쁨이라는 것도 깊은 슬픔만큼, 타인의 슬픔을 공유하는 만큼 광야의 꽃처럼 피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삶의 신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폐허 속에서도 슬픔과 아픔을 공유하면서 서로 협동하고 강인한 삶으로 다시 일어서며 밝은 표정을 짓습니다. 서로 나누고 보살피고, 애써 무너진 집을 쓸고 닦고 세웁니다. 저들이 세 번 네 번 폭격하면 네 번 다섯 번 재건하고 평화의 나무를 심어갈 것이라고 말합니다.

-분쟁 지역에 가게된 동기와 앞으로의 활동을 말씀해주세요.

지난 2003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침공을 하겠다는 TV 기자회견을 봤습니다.

전쟁이 났는데  텔레비전으로 폭격장면을 보고만 있어야 하나… 절망스러웠습니다. 그때 결심했습니다. 공포에 떠는 아이들과 함께 있어주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하지 않으면 제 마음이 너무 괴로우니까요 새벽 4시에 그 뉴스가 나왔는데, 계속 앉지도 못하고 방 안을 서성이다가 다음날 빚을 내서 그곳으로 떠났습니다. 그곳에 가니 현장이 운명을 바꾸더라고요. 삶은 생각이 아니라 발바닥이 바꾸는 것 같습니다.

발바닥에 사랑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저는 생각하는 사랑, 가슴으로 하는 사랑은 믿지 않습니다. 머리는 교활하고 가슴은 변덕스럽습니다. 사랑은 발바닥입니다. 누군가가 부를 때 바로 달려가는 것이지요. 발과 손이 가면 변덕스러운 가슴과 교활한 머리도 함께 따라갑니다. 앞으로도 계속 갈 것인가. 그것은 인샬라! (신의 뜻대로)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고 합니다. 저는 사진작가라는 말이 어색합니다. 휴대폰에도 카메라가 있는 시대인데. (웃음) 저는 늘 그래왔듯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시인이 되기 위해 시 쓴 것 아니고,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닙니다.

현장에서 너무 절실하고 필요하니까, 시를 썼고 카메라를 들었을 뿐입니다. 여기에 중요한 비밀이 있습니다. 옛말에 '국가불행 시인행(國家不幸 詩人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대가 어려움에 처하면 시인은 절창의 시가 나오기에 좋다는 거죠. 제가 감옥에 있을 때 이 글귀를 보고는 화가 나서 대구를 붙였습니다. 시인불행 민중행 (詩人不幸 民衆幸)'이라고요. 시인이 불행할 때 민중은 좋은 시를 향유하니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시대가 정말 평화로운 시대인가요.

민주화와 풍요가 주어졌지만, 아무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글로벌 카스트 시대가 되어서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고 할 만큼 사회적 양극화는 급격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8백 50만 명 가까이가 똑같이 일하고 생산하면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반토막 인생들입니다. 청년실업도 심각하지요. 투입비용 대 아웃풋이 나오지 않습니다. 사회에 첫 걸음에 자기 밥도 벌지 못하는 신세입니다. 농민들도 얼마나 모독 당하고 있습니까. 4대강 파괴를 반대하면서 ‘삽질’경제, ‘삽질’을 멈추라 하는데, 이건 농민에 대한 모독이죠. 그런 말 하는 분들, 자기 손으로 곡식 한 톨 안 길려본 사람들이거든요.

농민 분들 그런 얘기 나오면 텔레비전을 끄라고 하십니다. 삽을 모독하지 마라, 어디 삽과 호미가 세상 망친 적 있느냐 오히려 삽 한번 안 들어본 사람들이 세상 망치는 거 아니냐는 거죠. 만약 제가 시를 쓸 수가 없고, "시집이 팔리지도 않고, 위대한 시를 알아주지도 않기에 사진으로 하겠다" 이러면 제 사진이 어떻게 될까요. 유명인사 취미일 뿐이겠죠. 시든, 사진이든 무엇을 해도 좋습니다. 그런데 작고 힘없는 자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진정성이 없다면, 영혼의 힘이 없다면, 치열성이 없다면, 거기에 시가 흐르지 않는다면 어떤 분야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빛, 시, 그림, 노동, 악보로 표현하던지 마찬가지 원리, 그것이 창조의 원리가 아니겠습니까. 저도 시를 쓰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책도 절판시키며 잊혀지기를 기다렸습니다. 박노해라는 이름이 좀 알려진 건 제가 잘나서가 아니죠. 함께 운동하고 죽어가고 희생된 사람들과 곁에서 애태우고 마음으로 응원해온 시민들 모두의 몫입니다.

민주화 이후 많은 사람들이 주류 권력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처음처럼 작은 자로 돌아가 다시 새벽길을 떠나고자 했습니다. 작은 셋방에서 정말 고독하게, 분쟁 현장에서 전깃불이 없어 초를 켜고 만년필로 꾹꾹 눌러 피로 쓴 시가 4천여 편이 넘습니다 오는 10월쯤에는 시집을 낼 생각입니다만, 그 사이 전쟁이 터지지 말아야 할텐데… 10월에는 꼭 내야죠, 저도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사진도 감동이지만 사진 설명도 감동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 마다 염두하는 건지요.

사진 한 장 한 장에 단편 소설만큼의 사연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감상하시는 분들의 주체적 상상력과 감상을 조금도 침해하지 않도록, 무미건조하게, 최대한 짧게, 역사와 정보를 제공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세계의 유명 작가들의 사진전이나 사진집을 보면 사진 캡션이 거의 없더라고요. 저는 그게 법칙인지 알았습니다. 그런데 기획자 이기명 대표가 사진작가야 말로 비주얼 인텔리전스뿐만 아니라 가장 뛰어난 지성과 문사철에 대한 식견과 글쓰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그래야 뛰어난 사진작가인 것이라고 하셔서 용기를 내서 썼습니다.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연에는 진공 상태가 없습니다. 농사를 짓다보니 밭 한 귀퉁이에 파를 심어두지 않고 비워두면, 곧 다른 것이 나기 시작합니다. 자연은 언제나 그렇게 팽팽한 긴장 상태입니다. 완벽한 조화로 평화로운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사회와 정치에도 진공 상태가 없습니다. 강자들, 많이 가진 사람들이 세금 폭탄이라며 세금 안내면, 복지가 약해지는 것처럼 사회는 늘 팽팽한 긴장 상태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리 좋은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보다 더 거대한 삼투압이 작용하고 탐욕의 포퓰리즘, 경쟁, 속도에 휘말리게 되면 우리가 느꼈던 좋은 마음은 금방 증발되고 맙니다.

광야에 첫 비가 내리고 눈부신 꽃들이 피어나면 저는 가만히 엎드려 바라보곤 합니다. 자그마한 것들이 옆 동료들과 손을 잡고 단단히 뿌리를 내려 모래바람 속에서 열달을 견뎌내고 피어난 꽃들이지요. 제 자신이 그렇습니다. 워낙에 제가 작고 힘 없고 약한 사람이기에 늘 많은 분들께 의지를 합니다.

그런데 너는 누구에게 의지하는가, 너의 기둥이 무엇인가가 중요합니다. 이 사진전을 보시며 느끼셨던 우리 안의 선함과 의로움을 잃지 않도록 좋은 마음을 함께 서로 의지하고 연대하면서 우리 사회에 꽃피워 갔으면 좋겠습니다. (전시문의 02-2277-2438)

연세영 문화부장

▲필자과 함께. 그는 올 가을, 원고를 다듬어 시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시인 박노해는 누구인가 >

본명 박기평. 1957년 전남 함평 출생. 독립운동과 진보운동에 참여했던 부친과 가톨릭 집안의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났다. 16세 때 상경한 그는 선린상고를 다녔다. 이후 건설, 섬유, 화학, 금속, 운수 노동자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했다. 1984년 발간한 ‘노동의 새벽’은 1백만부 이상 팔려나갔으나 금서조치로 판금됐다. 이후부터 그는 수배대상 1호가 됐다.

그의 시는 당시 대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탐독됐고 ‘박해받는 노동자들의 해방자(박노해)’ ‘얼굴 없는 시인’으로 알려지며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1991년 체포됐다. 감옥에서는 진보이념을 선보이기도 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때 사면된 뒤 전쟁과 시장만능주의 등에 맞서는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를 설립했다. 이후 2003년 중동지역으로 건너가 중동지역의 참상과 현실을 카메라에 담았다. 현재 글로벌 평화운동과 반전운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