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입력 2010-12-02

새 시집입니다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투쟁을 노래한 시인에서 사진작가로 지구촌 곳곳을 누벼온 박노해씨가 광주 전시에 앞서 2일 광주 서구 치평동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에서 새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설명하고 있다. 3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박노해 시인이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중남미에서 10여년간 기록해 온 흑백 필름 사진 30여점이 선보인다. <<지방기사 참고>> 2010.12.2 minu21@yna.co.kr

사진전 위해 10년만에 광주 방문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나는 지구마을 동네 사진가입니다. 분쟁의 현장에서 자극적인 특종 사진 대신 그들의 삶을 기록했습니다."

민주화 운동의 투사로 노동 현장의 희망으로 기억됐던 시인 박노해(53)는 부드러운 이웃집 아저씨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고향이나 다름없는 광주를 10여년만에 찾은 시인은 2일 광주 서구 치평동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최근 연평도 사태를 의식한 듯 "단 한 번의 폭격으로 불안해지는 시대"라며 운을 뗏다.

"광주에서도 아침에 전투기 소리를 들으며 이것이 우리가 마주치는 분단의 현실임을 느꼈다"는 그는 "우리가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고 아이들과 놀고 꿈꾸고 사랑하는 것이 마치 얇은 철판 위에서 지속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시 대신 사진을 찾은 작가는 "지난 10년 세월, 국경을 넘는 순간 언어의 국경을 넘는 시는 소용없어 카메라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광주를 찾은 소감을 묻는 말에 "80년 5월 광주의 마지막 밤이 생각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항상 첫 마음대로 살아가라고 하는 것이 마음속의 광주"라고 밝혔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남북 관계에 대해선 "10년간 쌓아 온 민주주의가 한꺼번에 무너지고 전쟁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이뤘던 첫 마음으로 분열과 대립과 상처를 회복하고 남북의 교류를 위해 용기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8년 출소 이후, 시인은 낡은 필름 카메라를 메고 중동과 아시아, 중남미 등을 돌며 분쟁으로 고통받은 빈곤한 이웃을 찾았다.

폭격이 중단되면, 아이들과 공을 차다가 다시 폭격이 시작되면 숨어 있다 검은 차도르를 입은 여인에게 이끌려 파괴된 집을 보고 가슴으로 울었다.

그는 "무너진 집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진실을 알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작업을 했다"며 "척박한 토양에서 노동하고 기도하고, 폭격이 쏟아지고 나서도 삶을 지속하는 모습에서 경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친구가 된 그들을 찾아갈 때 꼭 사진을 인화해 가는데 폭격으로 숨져 영정사진이 되곤 했다"며 "혈육처럼 스며들어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마치 동네 사진가와도 같았다"고 말했다.

30일까지 열릴 광주 전시회에 이어 작가는 다시 분쟁 지역으로 날아갈 계획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이념의 재생과 삶의 방식의 문제, 사회 체제 문제에 대한 책도 집필할 계획이다.

minu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