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새벽' 박노해 시인 광주서 사진전

12년간 중동·아프리카 등 세계 분쟁 지역 누비며 담은 흑백 30여점
'나 거기에 그들처럼'展 12월3일부터 30일까지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박노해 작 '폭격더미에서 살아나온 샬흡(13세)'.

1984년 엄혹한 군사정부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부 가까이 발간돼 노동문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던 '노동의 새벽'의 시인 박노해씨가 광주에서 시가 아닌, 사진전을 앞두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시인에게 사진은 그저 인접한 이웃 장르만의 의미가 아닌 듯 싶다.

그의 인생행로에서 분명한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1991년 반국가단체 수괴라는 죄목으로 사형이 구형됐다가 무기징역형에 처해지지만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사면조치된다.

이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되지만 이듬해 쿠르드인들의 대규모 시위와 분신자살을 목격하고 세계평화운동가로 나선다.

10여년에 걸쳐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등을 돌아다니며 전쟁으로 폐허된 참상과 주민들의 삶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내기 시작한다.

이렇게 맺어진 사진과의 인연으로 그는 또 다른 저항에 들어간 셈이다.

박노해 작 '노을녘에 종려나무를 심는 사람'.

그동안 그 참상의 현장들을 목도하며 담아낸 사진들을 광주 한 도심 사찰 갤러리에서 선보이기로 했다.

이번 광주 사진전에서는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중남미에서 12년동안 기록해온 흑백 필름 사진 30여점을 선보인다.

이 사진전은 지난 10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1만여 관람객을 기록하며 뜨거운 감동과 큰 울림을 남겼다. 서울 전시의 감동을 광주에서도 그대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그의 사진에는 피맺힌 약자들의 절규가 투영돼 있다.

특히 이번 사진전은 '국경 너머 난민촌 아이들을 위한 기금 마련'을 목적으로 진행되며 전시로 인해 생긴 수익금은 글로벌 평화나눔에 쓰일 예정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에티오피아의 아침을 여는 분나 세레모니(커피 의례)와 쿠르드 아이들의 지상에서 가장 슬픈 비밀공연, 체 게바라가 총살당한 라 이게라를 포함한 안데스 고원의 께로족 마을, 긴장이 가시지 않은 다르푸르 난민촌, 그리고 중동의 분쟁 현장까지 접할 수 있다.

박노해 작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군사독재시대 사형수와 감옥 독방을 뚫고 나온 시인이 이미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 사랑이 없다면 나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처럼 그는 영혼의 부르짖음으로 국경 너머 가난과 분쟁의 현장을 넘나들었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는 세계에 대한 시대정신을 담은 시각적 표출과 정신적 분투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은 '나 거기에 그들처럼'이라는 타이틀로 오는 12월3일부터 12월30일까지 한달여동안 광주 무각사내 로터스갤러리에서 열린다.

고선주 기자 rainidea@

기사입력 2010.11.26